한반도 대운하 서두를 일인가

선거를 앞두고 한반도 대운하가 쟁점이 되고 찬반논란이 격화될 조짐이 보이자 이명박 당시 후보는 여론을 광범위하게 수렴하고 찬반토론을 거쳐 착수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기가 바쁘게 압도적 승리가 곧 국민적 동의라는 등식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어느 정권이나 공복을 자처하지만 권력만 쥐어주면 뻣뻣하게 목에 힘이 들어가는 권력의지가 저절로 생기는가 보다.
국민적 동의절차는 그대로 진행하고 한반도 특별법을 거쳐 올 2월부터 조기착공에 들어간다는 막무가내식 속도감을 이제 국민들은 도리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공약이지만 이미 국민적 동의가 끝난 사안이라는 인식은 노정권에 대한 징벌 성격의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무한 승인으로 여기는 착각이자 과도한 자기 확신이다.
이런 식의 국정운영이라면 국민들이 뭐라건 내 갈길 간다는 노정부의 국가 보안법 폐지 등 소위 4대 개혁입법 강행의지와 뭐가 다른가.
민심을 도외시한 정권의 씁쓸한 퇴장을 지켜보면서도 일부 참모들이 권력에 대한 과도한 자기도취로 절차적 민주주의를 생략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지켜볼 일이 아니다.
한반도 대운하가 경부고속도로 건설처럼 혜안일 수도 있지만, 행정복합도시나 새만금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국가적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잇다.
청계천 성공만을 믿고 덤비지만 잘못된 물길을 바로잡는 청계천과는 그 규모나 성격에서부터 천양지차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다. 물류가 철도수송과 화물차 수송으로 원활하지 못하다면 해운으로 많이 빠져줘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이유도 물류의 대운하 수송에 반신반의하는 이유다.
총 171km 독일 마인-도나우 운하의 통과 시간은 갑문 대기시간 포함, 실제 통과 시간은 30시간이다. 이보다 3배나 긴 553km를 24시간내에 통과한다는 발표는 설득력이 약하다.
또 강을 구간별로 막아 인공수로를 만들면 이미 그건 강이 아니다. 초대형 시멘트 구조물일 뿐이다. 복작거리는 도심에서 눈 돌릴 곳이 없어 청계천을 찾는 관광수요와 다르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몇번 찾겠지만 강에다 시멘트로 철벽을 하여 그걸 관광이라고 내세운다면 얼마안가서 식상하게 된다.
또 토사가 하상을 메꾸어 버릴 홍수기와 구간의 물이 부족해질 갈수기의 제대로 된 대책은 세워 놓고 있는가도 의문스럽다.
민선대통령이라고 해서 국민의 미래까지 접수한 것이라고 착각해선 안된다. 자손만대 흘러갈 국토의 생명줄을 바꾸는 최대 토목공사가 국운융성의 계기가 될지 국가발전 동력을 까먹는 애물단지가 될지 아무도 속단할 수 없다.
영국의 국토전문가 피터 홀은 세계의 대표적인 재앙적 공공사업 분석이란 저서에서 재앙의 요인을 수요의 과대평가와 비용의 과소평가라고 지적했다.
심도있는 통찰이 필요하다.
<류윤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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