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무용론

각료, 총리 감 아웃이 벌써 몇 번째인가. 김종훈. 안대희, 문창극, 우리는 인재를 써보기도 전에 신상 털기로 아예 짓밟아버리는 소모품쯤으로 생각한다. 파도파도 미담만의 뒷배가 맞는 어떤 검찰총장 후보자 라면 모를까. 이제 사돈의 팔촌까지 신변을 양말 목 까뒤집듯 까뒤집어 망신주는 역대 야당들의 신상털기 청문회 시리즈에 질려버렸다. 쓸만한 인물 가운데 어느 누가 총리나 국무위원 하겠다고 선뜻 나서겠는가 걱정스럽다.
능력 검증은 뒷전이고 자신만이 도덕군자인양 선악의 윤리문제를 들이대는 청문회, 깨끗하면 만사형통인가. 도대체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이런 식이라면 왜 필요한가. 얼마안가 청문회 무용론이 대두될 것이다. 신상털기 청문회를 어렵사리 통과한 이완구 총리는 상처를 입을 대로 입어 부패 척결 의지를 밝혀도 국론의 절반은 너나 잘하라는 식으로 비아냥댄다.
하지만 총리는 대통령이라는 집도의가 나라의 암덩어리를 제거하는데 쓰이는 도구일 뿐. 어렵사리 총리직에 오른 만큼 이완구 총리는 정치 생명을 걸 것이다.어차피 개혁 성과를 못낸다면 그의 정치 생명도 끝. 결연한 그 자세가 배수진이면 한번 지켜봐도 되지 않겠는가.
생명이 경각에 달린 급박한 말기암 환자라면 소잡던 칼이든 개 잡던 칼이든 당장 들이대고 째야 할 것이지. 세월없이 깨끗한 칼 , 깨끗한 칼, 칼 타령이나 하다가 수술 시기를 놓칠 수는 없다. 역대 정권이 하다가 덮어버리고 또 이 정권마저 포기해 버리는 우(愚)를 범할 수는 없다. 집권 2년차 , 그나마 개혁의 동력이 아직은 남아 있을 때 해야지 정치권의 발목 잡기로 개혁에 손대 못대보고 레임덕을 맞는 다면 그 손해는 결국 국민 모두에게 고스란히 귀결될 수밖에 없다.
총리나 국무위원 후보를 발가벗겨놓고 으르딱딱거리며 청문회를 하는 국회의원 나리들은 과연 하늘을 우러러 평생을 살아오면서 한 점 부끄럼도 없는가 묻고 싶다.
청문회 방식의 변경이 어렵다면 차제에 선출직 국회의원도 반드시 출마 전 지역구에서 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 법안을 마련해 시행토록 해야 한다.
숯이 검정 나무라기로 특권의식과 선출직이란 보호막 뒤에서 정부의 출범 때부터 총리, 국무위원 후보를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고 사돈의 팔촌까지 신상 털기로 망신주는 국회의원들도 그 과거지사를 힌번 털어봤으면 좋겠다.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이 과연 몇 있을지.
선거공보에 버젓이 등재된 전과 기록도 수두룩할진대 국민들도 국회의원들의 숨겨진 범법사실이나 수뢰의 실체를 낱낱이 알고 나면 어떤 썩소를 지을지, 어떤 역풍을 불러올 지 궁금하다.
예수그리스도가 간음한 여인에게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 있다면 이 여인을 돌로 치라고 하자 군중들은 슬금슬금 뒤꽁무니를 뺐다고 한다.
개발연대의 압축성장 과정에 관여한 테크노크라트들의 상당수가 적당히 때가 묻어 있다. 이것은 개인의 자질 문제도 있겠지만 과도기 법의 미비와 시스템의 문제도 상당부분 있다. 청문회 저격수들의 주장은 한 점이라도 흠결이 있고 때 묻은 사람은 배제하고 학처럼 고고한 인물을 뽑자는 것이지만 성직자나 철학자를 공직에 발탁한 들 무능하면 차라리 다소 흠결이 있다고 해도 일 잘하는 사람이 낫지 않겠는가.
청탁을 너무 구분하면 세상의 강호제현 가운데 인재를 널리 구할 수가 없다. 권모술수에 능하고 부정적인 잔인한 면만 부각되었지만 조조 평전은 그의 심모원려를 엿볼 수 있는 역사서다.
조조의 인재등용 원칙은 “그대들은 나를 도와 구석구석 살펴 묻혀 있는 인재들을 밝게 드날리도록 하라. 재주만 있으면 추천하라. 관리들은 선비를 구할 때 도덕적 문제로 그들을 내치지 말라”는 명을 내렸다. 품행이 바른 사람이라야 반드시 실력이 있는 것이 아니며 실력을 갖춘 사람이라도 반드시 품행이 단정한 것은 아니다. 인재를 씀에 있어 버려지거나 막힘이 없어야 한다. 나라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면 된다”고 했다.
인품이냐 능력이냐 많은 리더가 현실에서 직면하는 딜레마의 하나다. 다 갖추었다면 무엇을 더 고민하겠는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능력과 인품을 두루 갖춘 인물을 찾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사냥을 잘한다고 해서 호랑이 새끼를 집안에 거두어 키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산돼지를 데리고 사냥을 나갈 수도 없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조조가 선포한 구현령에 보면 “천하가 불안정할 때는 인재가 시급한 때이므로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할 뿐이다”라고 했다.
공공개혁, 노동개혁, 연금개혁 등 산적한 일이 태산이다. 다수 국민이 선택한 정부에 일을 할 수 있도록 해놓고 결과를 추궁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
<류윤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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