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그 맑은 길을 따라

청도, 그 맑은 길을 따라...
구름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운문사는 있다. 울산을 뒤로하고 청도 그 맑은 길을 따라 행선을 잡는다.
또는 고속도로를 타고 청도로 들머리를 잡으면 남해안의 어느 섬을 눈앞에 독대한 듯한 착각, 운문
호를 마주할 수 있다. 호반을 옆구리에 끼고 거침없이 달리다 맑은 길로 접어들면 스위스풍의 이국
적인 펜션들이 즐비하게 스쳐 지나간다.
운문령 넘어 잦은 안개의 발원지인 운문호 호반의 얇은 망사커튼 드리워진 듯 한 길을 달리다 보면
수천, 수만의 바늘 쌈지처럼 쏟아지는 햇살 아래 정말 구름의 문을 밀고 들어서는 듯 한 환각에 빠지
게 된다.
빽빽히 들어선 수백 년생 홍송들의 어두컴컴한 터널 속을 승용차로 진입하는 입구부터가 다른 절과
는 차별화된다.
정말 속세를 떠나 어디엔가 들어선 듯한 착각. 운문사는 평지에 조성된 가람으로 병풍 같은 산들이
호위 무사처럼 에워싸고 있다. 이 모양이 연꽃 같다 하여 흔히 운문사를 연꽃의 화심(花心)에 비유
하기도 한다.
신라 진흥왕 18년에 절을 짓기 시작하여 여러 차례 중창을 거듭, 오늘에 이르렀다. 운문사는 비구니
(여승)들의 가람으로, 조지훈의 승무가 연상되는 고이 접어 나빌레라 파르라니 삭발을 하고 속세를
등진 티없이 맑은 여승들이 이따금 눈에 띈다.
오지랖 넓은 그늘을 드리운 수백 년 생은조이 됨직한 아름드리 고목들이 쩌렁쩌렁하게 들어선 절
의 뒤편으로 졸졸 흐르는 수정 같은 맑은 물소리가 청량감을 더해준다.
이 여름 하기휴양지로 인근 청도로 훌쩍 떠나보심은 어떠실른지.
류윤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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