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과연 이대로 좋은가

한마디로 소문내지 말고 우리 끼리 해먹자는 것이다
MB정부 때 고위직을 지내다 수뢰 혐의로 구속된 모씨의 호가 녹명이라니 기가 막힐 일이다.
풀뿌리 민주주의 라는 모토로 지방자치가 전면 시행되고 민주주의의 토착화, 지방화가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킬 것으로 보았지만 글쎄다?
어느 지자체 할 것없이 방만한 살림살이로 곳간이 거덜난 상태, 새로 지은 청사는 으리번쩍하고 외화내빈의 천문학적인 빚을 싸안고 있다.
지자체 수장들은 차기 선거를 의식해 치적 쌓기용 대형 사업에 나랏돈을 물쓰듯 한다.
수 억 대의 멀쩡한 시설물도 부수어 새것으로 단장하고 지신의 치적으로 선전한다.
우매한 백성들은 예산 끌어 왔다고 유능한 단체장이라고 다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이다.
피 같은 혈세로 조성된 예산 낭비거늘, 장님 제 죽사발의 죽 떠가는 줄 모르는 격이다.
대다수 자생 단체들은 눈먼 돈인 국고 보조금 빼 먹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제 호주머니 돈이라면 과연 이렇게 물쓰듯 쓸텐가.
세 사람만 모이면 입 가진 사람은 다투어 정치에 대해 비난하지만 욕하면서도 정치의 행태를 그대로 학습하고, 기특하게 닮아가는 모습이 오늘날 어디라 할 것없는 지역 사정이다.
뻑하면 모으자, 뭔 놈의 모임들은 그리도 많은지. 무슨 회든 거기 끼지 못하면 그나마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위로조차 되지 못하는 ‘우리끼리’ 에 들지 못한 사람은 그나마 물에 기름 돌듯 이방인이다.
하기야 무슨 무슨 회장쯤 돼야 구청장이든 구의원이든 이름이라도 불러주니 바야흐로 회장 님 전성시대다.
산업화 초기 유행가에 길을 가다 사장님 하고 부르면 둘 중 하나는 돌아본다는 시대상을 풍자한 노랫말처럼 요즘은 회장님 하면 두 셋 중 하나는 혹시 나를 부르나 싶어 뒤돌아 볼 것이다.
그룹회장이든 베드민턴 동호회 회장이든 어쨋거나 회장님은 회장님.
전직 회장이든 현직 회장이든 10 년전 회장이든 한번 회장은 영원한 회장. 취미 동호회든, 레포츠 클럽이든 동창회 향우회든 회장님 밑에는 관리이사, 무슨 이사 하며 영판 시시한 회사 조직보다 더 잘 짜여져 있고 꽃을 가슴에 달고 화환을 도열한 가운데 구청장까지 참석하는 대단한 이, 취임식은 월급쟁이 이사보다 더 뻑쩍하다.
어디 그뿐인가 내부 파벌은 정치의 단면보다 더 치사하고 권력을 잡은 측은 칼자루를 유감없이 휘두른다.
선거 때면 배신과 줄서기가 난무하고 잃은 측은 박탈감에 등 돌리고 임기 내내 전전긍긍한다. 지방자치를 닮아가는 우리끼리 다 해먹자는 배타적 편가르기 문화가 오늘날 우리 울산지역 사회를 지배하며 목하, 끝도 없는 핵분열 중이다.
편을 가르고 시기하고 분열하며 신물 나는 여의도 정치판을, 지방자치를 꼭지점으로 온 나라가 피라미드를 구축하고 판박이처럼 답습하며 직업 정치인들은 그걸 골목대장 처럼 은근히 즐기는 듯 하다.
지방자치 과연 이대로 좋은가!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
<류윤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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