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과 서봉수

조훈현과 서봉수





ⓒ 뉴스울산      류윤모 논설실장


한국 바둑사에 조-서 시대가 있습니다. 이들은 1975년 무렵부터 1990년 무렵까지 한국바둑을 독점했


습니다. 정상을 놓고 둘이서만 싸우고 싸웠습니다. 당연히 사이도 나빴습니다.


9세에 프로가 된 조훈현은 일본에서도 ‘1세기에 하나 날까 말까한 천재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으며 최고의 엘리트 교육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반면 서봉수는 뒷골목 바둑으로 잔뼈가 굵은


뒤 18세에 프로가 됐습니다.


조훈현은 머리가 비상해 세상사의 이해에 감이 빨랐지만 서봉수는 그의 모친조차 ‘바둑이 없었으면


뭘했을지 몰라’라고 푸념할 정도로 둔했습니다. 그러나 오직 바둑에 한해서만은 타고난 집중력과 본


능적인 생존력을 보였습니다.


 


필생의 두 라이벌은 1972년 무렵 바둑판 위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서봉수는 과감히 내기 바둑을 제안


하여 헐값에 조훈현의 비기를 훔쳐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서봉수는 물론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내 가슴은 조훈현이 찌른 송곳 자국으로 상처투성이’라고 서봉수는 탄식했습니다.


서봉수에게 조훈현은 넘을 수 없는 벽이었습니다. 그러나 강한 생명력의 서봉수는 지고 또 지면서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조훈현은 서봉수가 지겨웠고 성격도 상극이었습니다. 조훈현이 장미라면 서


봉수는 잡초였지요. 긴세월 통산 362전 서봉수 119승 243패를 기록했습니다. 바둑사상 전무후무한


기록.


 


서봉수는 얼마전 한 인터뷰에서 ‘조훈현은 나의 영원한 스승이라고 고백했습니다. 머리가 반백이 된


지금 되돌아보니 조훈현이 없었다면 서봉수도 없었을 것이다’고 고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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