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들은 불행했으나 남긴 예술은 행복하다
예술인들은 불행했으나 남긴 예술은 행복하다
류윤모 논설실장
조숙한 천재 시인 아르튀르 랭보는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를 섭렵해 현대시에까지 파급력을 끼치는 주옥같은 시와 산문을 남겼다.
청년기의 그의 반항아적 기질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도 모방 풍조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시스티나 성당 천정화 ‘천지 창조’. 실로 그 웅장함에 입이 딱 벌어지고 두 눈에 담기 벅차다는 불후의 명작.
성당 천정화를 누워서 3년 여 각고 끝에 완성한 후 미켈란젤로는 목이 휘는 장애를 안고 살아내야 했다
베토벤은 청각을 잃는 절망과 괴로움 속에서도 운명 교향곡, 비창 등 무수한 명곡들을 남겼다
치욕의 궁형을 택한 사마천은 소모품인 남성성을 버렸으나 명저 사기를 남긴 우뚝한 사내
날자~ 날자~ 날자꾸나 라는 제재로 자살을 암시한 시인 이상은 오감도라는 파격의 시를 신문에 게재해 당대 평론가들의 , 이것도 시냐는 빗발치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지만 사후 재평가받게 된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명시를 남긴 윤동주 김소월 단명한 시인들
자신의 귀를 자른 고흐의 광기.
한쪽 눈을 송곳으로 찔러 일목요연의 화풍을 절실히 꾀했던 광화사 최북, 애소 짙은 음색의 요절 가수 김현식, 돌아가는 삼각지의 배호.
이처럼 무수한 동서양 예술가들의 말년은 약속이나 한 듯 하나같이 불행했지만 그들이 남긴 문화유산은 물질문명에 찌든 인류의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한다
예술가들! 정작 그들 자신은 행복했을까,
병든 고래의 뱃속에서 끄집어낸 용연향이 최상의 가치로 평가받는 것처럼 육신을 망가뜨리고 괴롭혀서 빛나는 보석 같은 정신의 가치를 채굴했다.
그 결과물을 오늘날의 우리 인류는 누리고 잇는 것
쉽사리 뚝딱 생산되는 인스턴트식품 같은 것이 아닌 오랜 세월에 걸쳐 포도주처럼 숙성되고 절차탁마 된 예술혼이 깃은 문화유산인 것
예술인들에게 성취욕이야말로 목숨보다 앞서는 그 무엇
그들이 가난을 숙명처럼 여기고 생명을 소진 낭비해가며 남긴 예술을 우리는 외면하며 살아오진 않았는가
하긴 네박자 쿵작 류의 소란스러운 대중가요는 누구나 입에 흥얼거리며 쉽게 알아먹지만 그런 류의 음악은 잠시 현실을 잊는 마취제 같은 것, 뒷맛 같은 여운이 남지 않는다
하지만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은 고급 예술은 여운이 ㄲ고리처럼 길게 오래가고 재미없다느니 우울하다 외롭다 허무하다 는 증상을 치료하는 근본적 치료 같은 것
때때로 짬을 내어 음악도 듣고, 뮤지컬 관람, 미술 전시회도 가고 , 시도 읽고 하는 것은 빈곤한 정신에 밥 떠 넣어 주는 것
‘심플 라이프 하이 싱킹’ 생활은 소박하게
~생각은 고상하게 ~라고
듣다 보면 귀가 열리고 알게 되고 심취하게 된다
뱃속에서 배워서 나온 사람 있겠는가
형이상학적 예술의 향유는 자신의 품격도 동반 격상된 듯한 착각이 들고 기분 좋게 하고 삶을 한층 가치 있게 한다
물질의 풍요에도 채워지지 못하는 그 무엇! 이 있는 것은 인간이 하등 동물이 아닌 호모 사피엔스이기 때문
육신의 배고픔은 당장 빨리 절실하게들 느끼지만 정신의 배고픔은 무시하고 묵살하며 모르고들 살아오지 않았는가
더 나이 들고 늦어 서서히 치매가 , 우울증이란 놈이 도둑처럼 은밀히 찾아들기 전에
정신 결핍의 잔고가 얼마 남았는지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도 귀 기울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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