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유서

붉은 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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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나무들이

붉은색 잉크로 유서를 쓴다.

해마다 쓰는 그들의 메시지가 궁금해서 내가 물었다.

뭐라고 쓴 거니?

"그리움그리움 이란다

톨스토이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죄를 헤아리는데서 비롯된다고 했다.

자연의 섭리를 존중하며 모진 가뭄이나 태풍도

묵묵히 견딘 그들이 뭐가 두려우랴만 

자신의 일부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쉽지 않을 터...

외로움은 누군가가 채울 수 있지만 그리움은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 하지 않았던가.

다가오는 봄에는 그리움이 가득 담긴 새싹들이 가지마다 넘쳐나길 소망해 본다.

나의 바램은 내년 봄이 되면 그들의 현실이 될 것이다

류희수기자 (hl5bh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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