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

인류 역사에 남을 연인 관계를 이야기하자면 단연 단테와 베아트리체를 손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후세의 역사가들이 세계문학사의 위대한 별로 지칭하게 된, 이루지 못한 비련의 사랑을 통해 단테
는 불후의 명저 ‘신곡’ 을 남깁니다.
고작 1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그야말로 우연히 스쳐 지나듯 보게 된 소녀 베아트리체를 가슴 깊숙이
담고 평생토록 애틋한 사랑을 했던 단테는 안타깝게도 당시의 결혼관습에 따라 부모님이 정해주신
젬마와 정혼을 하게 됩니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베아트리체(비체)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린 단테는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
디 전하지 못하고 그저 먼발치서 벙어리 냉가슴만 앓게 됩니다.
그후 부잣집 딸인 베아트리체는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 돈 많은 거상에게 시집을 가버립니다.
결혼 생활은 순탄치 못했고 스물 네 살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합니다.
그때부터 단테는 ‘뮤즈’인 베아트리체를 떠올리며 주옥같은 시들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통절할 아픔들을 삭여내 보석처럼 빚어낸 것이 바로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로 일컬어지는 단테
의 ‘신곡’입니다.
자신의 작품속에서 그는 두 명의 교황을 비롯한 자신의 적들을 지옥에 던져버리고, 친구와 존경하
는 인물은 연옥에 두었으며, 자신이 사랑하는 성녀 베아트리체는 천국에 모십니다.
장장 40여년에 걸쳐 완성된 단테의 대 서사시 ‘신곡’은 베아트리체를 서사의 중심에 놓고 그의 중재
자가 된 지옥편, 그가 닿고자 하는 목표가 된 연옥편, 마지막으로 그를 이끌어주는 안내자로 등장한
천국편으로 나뉘며 각 33곡씩 총99곡, 서곡을 합쳐 100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영원불멸의 이 거작을 통해 그는 르네상스의 선구자로서의 지향점을 제시하였고 중세 유럽의 화려
한 르네상스 이면의 방종과 타락을 비판적으로 직시, 교회의 세속화와 황금만능주의를 질타합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자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가 없고, 타인의 계단이 얼마나 가파른
지 다른 사람의 계단을 직접 올라가 보지 못한 자 알지 못한다”고 토로합니다.
작품을 읽다보면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삶에는 9 라는 숫자가 곳곳에서 맞물려 있음을 발견하게 됩
니다.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처음 만난 것이 아홉 살 때. 다시 만난 것이 9년 뒤. 신곡이 99 개의 칸토
(곡)과 서곡으로 이루어져 있고 아홉 번째 달, 아홉 번째 날 베아트리체가 세상을 뜬 것으로 기술되
어 있으니 우연의 일치라기엔 운명적인 고리로 엮여 있는 듯 합니다
아마도 단테의 의식구조 속에는 9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삼위일체의 가치들을 뜻하는 의미망으로
중첩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사후 700여년 동안 불후의 명저로 애독되고 있는 단테의 ‘신곡’, 인류의 정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
긴 기나긴 문학적 생명력은 오직 단 한사람을 향한 사랑의 대서사시였습니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현대인들의 부박한 애정관에 비추어 볼 때 한사람의 일생을 통틀어 삶
의 의미까지도 바꾸어 놓은 사랑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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