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는 겨울 여행길에서 만난 건강 멋집 이야기
통도사 영축산 자락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백운암을 돌아 맛있는 겨울 여행길에 오른다.

느리게 느리게 느리게만 걷고 싶은날이 있다.
계절이 들고 나는 골목 어귀에 서면 더욱 그러하다.
지나간 계절과 자연의 섭리에 잘 순응하며 살았는지 맞이할 계절에는 어떤 옷을 갈아 입어야 할지
한번쯤 고민하며 서성거려 보는 날들이 있다.
방문을 열고 씩씩하게 마당을 나선다.
귓볼을 에이는 살가운 바람이 발걸음과 마음을 주춤하게 만드는 겨울이 시작되었다.
느리게 걷고 싶은날 발목을 붙잡아 줄 길을 꼽아 달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영축산의 품에 안겨 있는
통도사 19암자를 추천한다.
산사를 찾고, 걷고, 느끼는 일은 마음안의 고요를 끌어내는 일이다.
산은 높고 골은 깊고 그 산속 암자를 품은 영축산은 그윽하다.
일상에서 버리지 못한 찌꺼기들을 안고 찾아가는 순례자들의 마음을 깨끗하게 비워준다.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산속의 작은 암자,
그 길 위에 서면 내가 자연이 되고 자연이 내가 되고 계절이 바뀌어 살을 에이는 겨울 추위 조차도
환희에 젖게 만든다.
천천히 가면 주위를 살펴볼 여유가 생긴다.
앞서간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풍경과 악수할 행운도 생긴다.
색소가 다 빠져나가 건조해진 낙엽을 사각사각 밟으며 얼마 남지 않은 한해의 마지막에서야
그 이치를 깨닫는다.
산을 오를 때 등 뒤로 밀려난 바위 위 눈사람을 내려오는길에서야 만난 부주위에서 '돌아봄'에
대한 작은 깨달음도 얻는다.
영축산 자락, 통도사 19암자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백운암',
점심 공양을 끝내고 볕이 잘드는 툇마루에 걸터 앉아 커피 한잔을 나누는 산꾼들의 모습에서
묵혀 두었던 '휴식'이란 이름이 어울리겠다 싶어 모퉁이 한켠에 끄집어 내어본다.
쉬어 갈 수 있는 터를 품고 나그네에게 넉넉하게 품을 내어주는 백운암 기와 지붕에 겨울이
내려 앉았다.
마음이 고요해지고 정신의 풍요로움이 조금이라도 채워졌다면 영축산의 구수함이 허락하는
음식으로 뱃속도 채우러 가자.
통도사 산문으로 돌아나와 통도사를 옆에 두고 영축산 치마폭에 쌓여 있는 전통 손두부로 이름난
평산 두부마을에서 건강을 먹는다.
두부는 채식만을 하는 스님들에게 풍부한 단백질을 제공하는 좋은 보약이다.
이곳 평산마을은 4대째 통도사에 두부를 공급하고 있는 집도 있다.
마을을 들어서는 입구부터 고소한 콩향기로 가득한 이유가 있었다.
'두부'는 오래전부터 선조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으뜸 식품이다.
두부자체의 천연의 맛을 그대로 느끼기 위해 맑은 탕국으로 끓여 먹기도 하지만 이곳 '청수골가든'은
두부에 굵은 멸치를 넣고 그 비법을 알 수 없는 붉은 빛깔을 내는 소스가 있다.
어렸을 적 시골 어머니가 그냥 차려주는 소박한 한끼 저녁밥상 같지만 두부를 만들기 위해 거쳐야
하는 많은 수고를 생각해보면 어느 음식하나 그냥 탄생한 것이 없을 터이다.
'청수골가든'의 두번째 추천 요리는 다슬기찜국과 다슬기파전이다.
다슬기는 청정수역에서 청정산소와 이끼의 성분인 클로렐라를 섭취하므로 성인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올림픽대표팀의 선수 중에는 올갱이탕을 보약삼아 먹을 정도로 체력회복과 간장활동에도
탁월한 효능이 있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고 혈액순환을 활발히 해준다.
비타민 E가 풍부해서 시력회복에도 좋고, 오메가3의지방산인 리놀렌산이 치매도 예방한다는
들깨가루가 뻑뻑하게 스며든 다슬기 찜국으로 몸을 긍정적으로 회복시켜 본다.
묵은때를 땀으로 배출하고 난 뒤 마시는 한잔의 막걸리에 다슬기가 두툼하게 집히는 다슬기
파전은 그 어떤 막걸리 안주보다 최고다.
솜씨 좋은 주인 아주머니의 정성이 가득한 텃밭 채소, 장아찌는 대부분 제철에 나는 채소에 직접
농사를 지은 국내산이다.
어느 광고 카피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아도 절로 건강해져 있는 대목이다.
#찾아 가는 길 :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청수골 가든 ☎055 383 1286
메뉴 : 옛날식 두부조림 7천원, 다슬기찜국 6천원, 다슬기파전 1만원
자연은 절대로 서두르지 않는다.
늘 속도가 일정하다.
지는 해가 마지막 남은 하루를 잘 마무리하라고
당신을 재촉한다고 여겨진다면 귀뚜라미 소리를 들어보라.
항상 변함없는 고르디 고른 곡조의 울움 소리는
지금의 시간을 영원으로 여기라는 충고 아니겠는가?
현명한 사람은 늘 마음이 고요해서들뜨거나 초조해 하지 않는다.
한발자국씩 걸음을 내디디면서 휴식을 취하는 산책을 하는 사람과도 같은 모습이다.
-소로우, 1839년 9월 17일 일기 중 -
다시 돌아온 일상은 '느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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