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1호기 고장, 수명연장 돼? 안돼?
한수원 “경미한 전기분야 고장일 뿐” 해명 VS 환경단체 폐쇄 요구

12일 오후 8시46분께 가동이 중단된 고리원전 1호기(설비용량 58만7천kW급, 가압경수로형)의 고장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13일 고리원자력본부에 따르면 고리원전 1호기가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된 것은 5년1개월여 만의 일이다.
고리1호기는 2005년 5월10일부터 핵연료 교체를 제외하고 고장으로 정지된 적이 없었는데 이날 거의 5년 만에 고장이 난 것이다. 고리1호기는 지난 1월 국내 원전 사상 처음으로 5회 연속 한주기 무고장 안전운전(OCTF)을 달성했다.
한주기 무고장 안전운전은 핵연료 교체에서부터 다음 연료교체까지 발전정지 없이 연속 운전하는 것을 의미하며 원전의 운전·정비·관리 등 모든 분야에서 우수한 운영능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그러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고리 1호기의 경우 78년4월29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12일 사고를 제외하고도 모두 127회의 사고와 고장이 발생했다. 국내 전체 원자로 21기에서 발생한 총 643회의 19.8%를 차지하는 것이다.
고리원전 1호기는 1978년부터 상업운전을 한 이후 현재까지 국내 원전 최다인 10회 무고장 안전운전을 기록했다. 고리원전 측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고리1호기의 고장은 수명연장 논란에 주요이슈로 거론될 전망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를 계기로 고리1호기의 수명연장 논란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리1호기는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07년 설계수명 30년을 마쳤다.
한편 부산지방변호사회가 12일 설계수명(30년)을 연장해서 가동 중인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가동중지 가처분신청서를 부산지법에 제출했다. 고리1호기가 설계수명이 끝난 노후 원전으로 사고위험이 크고, 교체되지 않은 부품이 많을뿐 아니라 원전가동이 장기화할 경우 외벽 등이 약해지는 '치화현상' 등이 있는 만큼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부산지방변호사회의 논리다.
또 부산지역 일부 기초의회에서도 고리1호기의 가동 중단을 위한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고 환경단체도 고리1호기의 가동중단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번 고장정지가 경미하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고리원전 측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이유다. 고리원전 관계자는 “고리 1호기가 다른 원전에 비해 운영실적이 좋았는데 하필이면 이런 상황에서 사고등급에서 0등급에 해당하는 경미한 고장이 나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연쇄폭발 사고가 보여주듯이 노후한 원전일수록 자연재해 등에 취약한 만큼 10년 수명연장한 고리1호기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고리원전은 이번 고장이 과전류에 의한 것인지 부품이 오래되면서 피로도가 쌓이면서 생긴 것인지를 조사하고 있으며 부품만 교체하면 곧바로 운전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품을 바꾼다고 해서 고장을 100% 막을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리원전의 이번 고장은 비안전계통모선용 안전차단기에서 누전이 발생했는데도 전원이 차단되지 않아서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누전이 되면 즉각 휴즈가 끊어지고 예비 차단기 쪽으로 우회 전원이 연결되는 게 정상인데 휴즈가 끊어지지 않고 마치 정상상태인 것처럼 붙어 있었기 때문에 예비차단기가 작동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고장을 일으킨 안전차단기는 2007년에 교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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