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 화전리 산수유 마을에서 봄을 만나다.
마을 입구에서 산자락까지 수령이 300년이 넘은 나무를 포함해 3만 그루의 산수유꽃에 뒤덮여 있는 마늘의 고장에서 만난 봄!

이 놈의 환장병...
봄이면 도진다. 병 도진다.
겨우내 튼 살에 새살이 메꿔지듯
봄이면,
이놈의 환장병 새순처럼 돋는다.
토요일이 내일인데...
사랑도 뭐도 아무 것도 없는 빈 가슴이란 걸
덜컥 알아 버린 금요일 아침...,
기분은 개떡 같은데...
그래도 어김없이 이놈의 환장병이 도진다.
떠날 여유도 없는데 어쩌란 말인가.
구례 산수유 마을엘 가면
노란 얼굴의 사람들과 마주 칠텐데...,
동백꽃 지천으로 타다 남은 선운사에 가면
남은 꽃잎 몇장 가슴에 품을 수도 있을텐데...,
이놈의 환장병 개나 물어 가라.
- 죽어서도 내가 섬길 당신은, 손종일 작가의 일기장에서 -
'전령사' - 어떤 의미 있는 메세지를 전해 주는 것.
봄을 일깨워 준 매화향에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환장병 다시 도지면
작가처럼 어떤 의미 있는
메세지를 전해 준다는 봄의 전령사, 노오란 산수유꽃이 손짓하는 곳으로 차를 몰아본다.
이길의 봄여행에서는 어떤 메세지를 전해 들을까...,
노오란 봄꽃 향기, 푸릇푸릇 마늘 익어가는 향기에 취해,
'잠시 골치 아픈 일상 따위는 개나 물어 가라고 방치해 버림',
그 정도는 '버림의 미학' 이라는 거창한 문장을 붙여도 속 시원하다.
이 길따라 걸으면, 봄비 내리던 어느날 누군가 그리워 노란 우산을 받쳐 들고
거리를 나서던 온통 그리움으로 젖어 있던 친구가 생각나야 한다.
이 길따라 걸으면 "이리 저리 둘러봐도 제일 좋은건 그대와 함께 있는 것"
노래 불러주던
첫사랑쯤은 생각나야 한다.
그 길끝에 서성이고 있는 쓸쓸한 영혼들이 봄향기 쫒아 떠나는
걸음길에 동행이 되어 주어야 한다.
그런 감흥이 꿈틀 대지 않는 자는 이 봄날에 취할 자격이 없다.
이렇게 좋은 풍경을 만나려면 걸어야 한다.
걷는 자에게 봄은 그의 것이고, 산수유 노란 향기도 코 끝에, 마음 깊숙한 곳으로 침투한다.
느리게, 느리게, 느리게 걷다 보면 그 길에 머무르고 있는 시선을 만나고 다시 돌아오는 일상은 향기로 그윽할 것이다.
계절이 들고 날때의 그 치열함을 느끼며 살아가는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고물 카메라 하나 달랑 메고 고물 자동차 덜컥 거리며 운전대 잡는 일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데,
떠나지 못하는 가슴 부여 잡고 사는 우리들이 아닌가 한번 돌아보자.
지금 당장 책상에 붙어 있는 엉덩이를 들썩들썩 해보자.
이것저것 골치 아픈 일상을 자신있게 박차고 나설 현실이 죽어도 안된다면
떠난이의 마음에 물든 봄 이야기라도 훔쳐 듣자.
그 정도의 시간 나눔도 못하는 자, 떠날 자격도 훔쳐 들을 자격도 없지 않을까...,
10월에 붉은 산수유 열매가 익으면 그 때 다시 빠알간 꿈을 만나러 오리라
다짐하며 돌아오는 길에 경북 의성에 가면 이곳에 꼭 들러 보라고 누군가
일러준 메세지가 생각이 나서 마지막
남은 성냥공장 '성광 성냥 공업사'로 걸음을 옮긴다.
공장이 돌아가고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정지된 듯 조용하기만 했던 곳,
"공장 문 닫았나 보다." 중얼 거리던 여행자에게 녹쓴 철문 안에서 기계 돌아가는
소리 사이로 빼꼼 얼굴을 내미시던 아주머니께서 "문 안 닫았어요." 말씀 하신다.
성냥의 나무에 쓰이는 재료가 '미루나무'인걸 처음 알았다.
이렇게 또 마음 창고에는 지식이 하나 쌓였다.
산수유 노오란 물결에 이끌려 떠난 의성,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조선 선조(재위1576∼1608)대에 영의정을 지낸 서애 유성룡이 출생
하였다는 전설을 간직한, 나이가 300∼600년 정도되는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등
10여 종, 500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는 사촌리 가로숲에서 마음의 힐링을 느껴 보고
오는 것도 좋으리라.
의성 사촌리 가로숲길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힐링이 되었다면 육신의 힐링을 위해
전국 1위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의성의 특산물 마늘로 만든 요리로 몸도 호강시켜 보자.
의성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우선 구매하고 공급하는 의성 농민회에서 만든
'마늘이야기'(경북 의성읍 원당리 486-1, ☎054. 833. 8843)
의성 사과로 만든 사과 와인 한잔에 살균과 해독 효과, 피로 회복, 고혈압 개선, 신경안정,
당뇨 예방등 몸이 종합적으로 튼튼해진다는 마늘 요리, 이 곳 거의 모든 음식에 마늘이
들어 간다고 한다.
마늘가루가 들어 있는 초콜렛까지 후식으로 먹어 주면 마늘 요리의 완성을 체험 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진정한 삶의 힐링은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건강한 음식을 먹고 건강하게 일상에 복귀하여
제자리 제몫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워요.
걷고 싶어요.
노랑 산수유 마을
노오란 꿈 마을
산수유 꽃피는 마을,
경북 의성군 사곡면 화전리에서 내년의 봄을 약속한다.
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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