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포가도에서 감은사지까지
감은사 3층석탑
감포가도에서 감은사지까지 가는 답사여행의 들머리
일정은 새벽으로 잡는게 좋다.
동터오는 하늘의 보랏빛 광휘가 신천지를 찾아
떠나는 듯한 묘한 설레임으로 길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차창을 향해 꾸역꾸역 몰려드는 몽상적인 구름떼 뒤로
하며 구절양장의 산길 휘돌아 오르면 시야 가득 일망
무제의 바다가 펼쳐진다.
옛사람들은 이런 지형을 일컬어 피난지지라고 하지 않았을까?
봄이면 온통 산벚꽃 만발한 동양화 속의 무릉도원을
찾아가는 듯한 정자 고개를 넘어서면 폐부로 쏟아져
들어오는 공기의 맛부터가 다르다.
마치 산소호흡기를 뒤집어 쓴 듯 가슴속까지 탁 트인다.
울산사람들은 꽉 막힌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때론 마늘,깻잎
과 싸서 한입에 깔깔한 입맛을 개운하게 다스릴 퍼득이는 횟감을
찾아 수시로 이 고개를 넘는다.
특히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의 표지사진으로도 유명한
그 감은사지의 들머리가 바로 우리나라 최고의 드라이브코스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길 감포가도다.
치약거품을 문듯 파도가 연신 깻돌해안을 핥으며 촤르르쏴
자갈 자갈 자갈하는 어떤 음운기호로도 표기가 불가능한
자연 교향악으로 탄주되는... 소리 이전의 소리,
원음의 생성이 있는 곳.
문무왕릉
파도에 발을 담그고 소음에 시든 귀를 씻다가 시동을
걸고 이마위 일직선으로 그어진 수평선에 한눈 팔며 달
리다가 운이 좋으면 문무왕 수중왕릉 앞 해돋이를 만날
수 있다. 관동마을 앞 일출도 볼만하다.
여유가 있다면 수백년생 송림사이로 난 해안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항아리와 통유리로 장식된 해솔대 카페에
들러 원두커피향과 함께 감미로운 고독을 즐기는 것도
무한대의 자유다.
은반처럼 빛나는 바다.
정자, 수렴, 신명같은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마을들을
스쳐지나며 해무에 싸인 검은 실루엣이 한 폭의 그림같은
바위섬을 배경 삼아 사진 한컷쯤 남겨두는 것도
훌륭한 추억만들기가 될것이다. 여기서부터의
드라이브는 운전자에게 묘한 느낌으로 다가선다.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이명처럼 귓전에 끄을고 하염없이
달리다보면 어느새 길은 산으로 접어들고 길을 잘못
들었나 생각하면 다시 해안을 면하게 되는...
마치 육자배기 가락처럼 맺고 푸는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이
절묘하게 얽힌 드라이브 코스라고나 할까.
양북쪽으로 접어들면 초록들판 한가운데 천년의 그리움으로도
다가서지 못하는 감은사지 삼층석탑을 마주할 수 있다.
어떤 이는 감은사지 쌍탑을 만나려면 달이 밝은 한여름밤에
찾는 것이 제격이라고 한다.
감포가도의 몽돌구르는 소리를 고막 가득 채우고 달리다가
양북쪽으로 핸들을 꺾어 길 양켠으로 펼쳐진 모내기를
끝낸 무논의 교교한 고요와 개구리 울음을 헤드라이트
불빛으로 가르며 들녘에 서면 감은사지 삼층석탑이 오롯이
마음의 행간에 음각된다. 이견대
마른 산약뿌리 봄볕에 밭에는 마늘싹 보리싹이
새파랗게 독이 오르고 부서지는 파도 속에는 햇멸치떼가
오드득 오드득 살이 찌는 동해바다.
새 봄, 고깃배들이 정물처럼 떠 있는 양포와 이견대에 서서
눈부시게 바라보는 바다는 길손의 마음을
미역잎처럼 푸르게 물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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