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세에 그림책 작가로 데뷔한 황금옥씨

[뉴스울산] 김동명 기자= 소녀는 외로웠다. 남들이 보기엔 살림도 넉넉하고 자식도 많은 다복한 가정이었지만 소녀의 유년시절은 힘겨웠다. 따뜻한 보살핌과 관심을 받고 싶었지만 부모님은 늘 바빴다. 소녀는 생각했다.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나는 누구일까' 생각이 많았던 소녀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마음을 달랬다. 내면의 상처를 딛고 50대에 들어선 소녀는 이제 그 누구보다도 남의 아픔을 잘 헤아려주는 멋진 그림책 작가가 됐다.
동구 남목3동 주민인 황금옥씨(51)가 그림책 <만나서 반가워>를 냈다. 서울 출생인 황금옥씨는 남편의 직장을 따라 울산에 정착해 지금 20년 넘게 동구에 살고 있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던 황금옥씨는 아이를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는 하는 틈틈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지어 '엄마표' 그림책을 만들어 읽어주기도 했다. 아이들이 차츰 자라면서 여유가 생기자 동구청소년지원센터에서 외래강사로 활동하고 도서관 자원봉사도 했다. 그러다 문득, 공부를 더 하고 싶어 몇 년전 숙명여대 대학원에서 아동문화콘텐츠를 전공했다. 대학원을 마치면서 그동안 생각하고 공부한 내용을 담아 지난해 12월 생애 첫 책 <만나서 반가워>를 냈다.
황금옥씨의 <만나서 반가워>는 어른들을 위한 힐링 그림책이다. 이 책 첫 부분에는 한 아이가 나온다. '나는 생각이 많아'라는 말로 시작하며 '나는 어디서 왔을까, 나는 누구일까'라며 고민하던 아이가 삶이라는 거대한 강물을 징검다리라는 상징을 통해 건너면서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인 다른 아이를 만나 함께 손을 잡고 앞으로 남은 인생의 길을 가는 것으로 끝난다.
"상담공부를 하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겉으로 번듯한 사람들도 내면의 상처로 힘들게 살고 있음을 보게 되었어요. 저 역시 내면의 치유를 위해 상담공부를 했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어린 시절 품었던 '나는 어디서 왔을까'라는 숙제를 풀었듯이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황씨는 지난해 '아문콘출판사'라는 출판사를 직접 차려 책을 냈다. 초판으로 100권을 찍어 일부는 소장하고 나머지는 전국의 여러 도서관과 울산 동구지역 도서관 등에 책을 기증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책을 찾아 읽는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는 황금옥씨는 첫번째 동화보다 더 위트있고 재미있는 내용으로 두번째 그림책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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