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가지 생각의 休
고도 경주는 動的인 도시가 아닌
靜的인 도시다
게 가면 시간도 고여있고
유적들도, 역사의 발자취도
적요의 공간에 고여있다
사람들의 움직임조차도 정중동이다
공간학적으로 비유하자면
대적광전의 고요 그 자체
유적이라는 하드웨어에
군데군데 개미떼같은
사람들의 움직임만
정중동이다
이곳에도 춘 하 추 동이
울창한 숲과 인간이 조성한 피조물을
배경으로 파노라마처럼 바뀐다
경주의 봄 가을을 시적으로 표현한다면
널따란 접시에 담긴 화려한 음식
사라다 (샐러드) 같다
더욱이 ktx나 해외여행 러시로
이곳을 찾던 대단위 수학여행 객과
관광버스 행렬은
김성춘 시인의
왕릉은 힘이 세다는 시편처럼
사람들의 눈길을 불러 모은다
유네스코 유산이 말해주듯
질펀한 평야지대에
군데 군데 엎어놓은 고봉밥처럼
잘 가꿔놓은 잔디로 조성된
왕릉들의 위용이
경향각처의 관광객들은 물론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을 불러 모은다
얼마나 많은 민초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이루어졌을지
가히 짐작이 간다
당대에 잘 살면 그만이라는 현대인들의
근시안을 뒤집는,
역설적이게도 독재의 산물이 자자손손 ,
굴뚝없는 산업으로 한 도시를 너끈히 먹여살리는
눈 앞의 이율배반적 아이러니.
이곳에서는 가장 좋은 볼거리라는 사람 구경은 물론
귀기울여 들어보면 바벨을 방불케하는
다국적 이방인들의 언어가 잡다하게 혼재한다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룬 옛 신라인들이
불국정토를 꿈꾸었다는 석조유물 불국사.
안압지, 첨성대, 석가, 다보탑, 경주 남산, 오능. 등등
곳곳에 볼거리들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먹거리 또한 사전 인터넷 검색해보면
맛집들을 두루루 한 눈에 꿸 수 있다
가히 바위덩어리를 두부 자르듯
떡주무르듯 햇던 찬란한 신라의 석조유물과
출토 금관 등 빛나는 문화 유산
이 가을 ,
속도에 심신이 지친 현대인이라면
소소한 가을 바람에
서늘한 코트 자락 휘날리며
수수 백년생 고목들이 군집한 계림이나
들국화 핀 한적한 들길 거닐며
모처럼 상념에 잠겨
오만가지 생각의 休로 힐링 하고
돌아오심은 어떨지
류윤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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