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유서

****
가을에는 나무들이
붉은색 잉크로 유서를 쓴다.
해마다 쓰는 그들의 메시지가 궁금해서 내가 물었다.
뭐라고 쓴 거니?“
"그리움” 그리움 이란다.
톨스토이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죄를 헤아리는데서 비롯된다‘ 고 했다.
자연의 섭리를 존중하며 모진 가뭄이나 태풍도
묵묵히 견딘 그들이 뭐가 두려우랴만
자신의 일부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쉽지 않을 터...
외로움은 누군가가 채울 수 있지만 그리움은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 하지 않았던가.
다가오는 봄에는 그리움이 가득 담긴 새싹들이 가지마다 넘쳐나길 소망해 본다.
나의 바램은 내년 봄이 되면 그들의 현실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울산(nunnews.kr) 무단복제-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