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 산업이다

농경, 산업 사회를 거쳐 정보화 사회로 급박하게
이동하고 있다
이런 최첨단의 기계 문명 속에서 문화라고 하면
주축인 경제의 부록으로 취급되거나
유한 계층의 정신적 사치 쯤으로 여기기가 쉽다
더욱이 정치권이 순수한 문화를
종속 개념의 프로파간다 쯤으로 전락시켜
때를 잔뜩 묻혀 놓았다
H그룹 홍보 업무를 맡고 있을 당시
공로 연수로 아일랜드를 다녀온 적이 있다
숙소에서 탐방지로 이동하는 버스를 탔는데 갑자기 구레나룻의
장년 층 남자가 벌떡 일어나 뭐라고 ,뭐라고 외자
버스 안의 모든 승객들이 따라서 큰 소리로 복창을 하는 게 아닌가
가이드에게 무엇을 하는 거냐고 묻자
예이츠의 시를 외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에 어줍잖은 시를 쓰는 한 사람으로서 국내에서 외면 당하는 시의 궁색한 처지가 떠올라 눈물이 핑 돌며 울컥해 오는 것이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이렇듯 아일랜드에는 일찍이
시가 대중화되어 있다고 했다
국민들의 열화같은 성원과 관심과 힘 입어 인구 300 만 남짓의 이 작은 나라에 노벨 문학상 수상자만도 조지 버나드 쇼, 예이츠를 비롯 서너명, 더 놀라운 것은 노벨상 대기자 만도 부지기수라는 것.
아일랜드 국민들은 어릴 때부터 시를 쓰고 외는 것이 체질화되어 있다고 했다
영국과 국토 전쟁까지 벌여 초토화된데다 강수량 마저 극히 저조해
흙먼지가 푸석거리는 황무지나 진배없는, 감자 밖에 경작할 수 없는 이 가난했던 나라가 IT산업으로 활로를 연 것도, 침략국 영국마저 깔 볼 수 없는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도 선각자들의 예사롭지 않은 선택이었던 셈이다
IT산업= 감성의 산물- 감성= 느껴야 하는 시로 더듬이(촉)가 발달- 등식이 성립되는 것
이 나라 먹을거리 창출의 원동력이 우리 한국인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詩 인 셈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대한민국 또한 아스팔트 키드들이, 공부 닦달을 피해 몰래 PC방을 전전하며 IT 강국의 앙팡테리블(무서운 아이들)이 되어 있으니 고정 관념에 젖은 기성세대로선 생각지 못한 반전이 아닐 수가 없다
물신 숭배의 먹고 부어라 마셔라 문화에서 벗어나 메마른 감성에 촉촉이 물을 뿌리는 대중적 문화향유의 심플라이프 하이싱킹Simple Life, High Thinking(생활은 소박하게 생각은 고상하게 ).
경치 좋은 곳에 가면, 좋은 음식을 앞에 놓으면
한편의 시 가 절로 읊조려지고,
어딜가나 유장한 문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품격 높은 사회를 갈망해 본다
류윤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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