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선 자리에서...

솔로 4년에 6kg를 빼고 나니
결혼을 재촉하는 엄마의 잔소리는 나날이 심해졌다.
등쌀에 밀려 만난 남자는 30대 중반인 석준씨.
그녀는 뛰어난 미모덕분에 많은 남자들로부터
프로포즈를 받았지만 이직도 첫사랑의 아픔이 가시지 않는
쓰라린 과거를 생각하면 앞에 앉은 남자의 희미한 미소가
무엇을 뜻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종합상사 특성상 외국을 자주 드나드는 그는
매우 세련된 매너와 깔끔한 외모로 나이보다 4~5세는 젊어 보였다.
“오늘 저를 만나는 걸 부모님이 알고 계시나요?”
통성명을 튼 후 겨우 뱉은 첫마디가
상대의 부모님을 들먹이다니....
짧은 후회가 잠깐 머리를 스쳤다.
4년 전,
미래를 약속했던 남자의 어머니로부터
들었던 매몰찬 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결혼은 모름지기 비슷한 집안끼리 하는 거예요.”
나만 좋다면 어떻게든 부모를 설득하겠다던
그 때 그 남자는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는데...
나중에 안 일이지만 괜찮은 중견기업의 외동딸을
염두에 둔 엄마의 설득이 원인이었다.
“술을 좋아하시나 봐요”
아이스라떼를 천천히 저으면서 그는
대답대신에 내 앞의 와인잔에 눈길을 주면서 말했다.
맞선 자리에서 와인을 주문한 경우는
해외토픽감은 아니더라도 친구들 사이에서
화젯거리로 남을 것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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