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기림사에 가서

마음이 실 뭉치처럼 뒤엉켜 복잡하고 불안정할 때는 세파와 돌아앉은 산사를 찾는 힐링이 필요합니다.
울산에서 곱창 속 같은 강동 터널을 빠져나와 은박지처럼 빛나는 동해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달리는 코스는 쾌도난마의 일도양단, 잘 드는 칼날 같은 수평선으로 근심, 걱정마저도 썩둑 베어질 것만 같습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산길로 접어들고 길을 잘못 들었나 싶어 황급히 핸들을 되감다 보면 바다가 그 환한 이마를 드러내는 감은사지 가는 길.
가뭄에 바닥을 드러낸 대종천을 따라 달리다 보면 오른편으로 감은사지 쌍 탑이 보입니다 . 잠시 만파식적의 유래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감은사지 주차장에 파킹 해두고 눈도장을 찍는 탑돌이도 추억의 돋을새김으로 남을 것입니다.
다시금 시동을 걸고 대종천이 좌청룡 우백호 거느린 긴 산자락과 질펀한 평야를 가로지르는 길라잡이에 막혔던 가슴이 후련히 틔어 올 것입니다.
고도 경주가 세상에 드러내지 않고 마지막 카드처럼 꽁꽁 숨겨놓은 듯 한 기림사는 음 소거의 고적한 절입니다. 객도 승도 보이지 않는 널따란 산사 마당에 어디서 굴러들어온 미천한 돌멩이처럼 한가로이 거닐다가 쉬다가 산사 초입의 쩌렁쩌렁한 느티 그늘에서 매미소리 벗삼아 늘어지게 낮잠 한 토막 청해보는 것도, 배꼽이 출출하면 산사 입구 민물 매운탕에 마음의 점을 찍어보는 것도 바쁘게 바쁘게만 몰아치던 일상을 벗어난 한갓진 기쁨이 될 터.
이번 주말 기림사 行 어떨는지요.
사진. 글 /류윤모 논설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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